성지순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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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 3 이스라엘의 국경과 사해
얼마전 텔레비전에서 ‘선을 넘는 녀석들’이라는 여행 프로그램을 봤다. 연예인들이 역사 선생님과 함께 세계의 국경들을 실제로 넘어본다는 내용이었다. 그중 당연히 이스라엘 국경도 포함이 돼 있었다. 프로그램에서는 요르단과 이스라엘 사이 육로 국경을 차로 넘었는데, 그 살풍경을 보자, 오래전 내가 부모와 함께 성지순례를 가서 경험했던 이스라엘의 입국장 기억이 확 되살아났다. 우리는 비행기로 이스라엘에 들어갔다. 비행기에서부터 가이드가 여러 가지 주의를 많이 주었다. 기본적으로, 절대 삐딱한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되고 묻는 말에 고분고분 대답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렇다. 사람들 사이 갈등이 심하고 목숨까지 위태로워지는 장소에 살고 있거나 그런 곳으로 여행을 갔다면 삐딱한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
2019.05.21 -
성지순례 2 터키의 고대 문명과 가죽 코트 패션쇼
성지순례에서 왜 터키를 가는지도 의아했다. 그냥 부모가 섭외한 여행사에 모든 것을 맡기고 몸만 따라간 패키지 여행이었으니 아무 사전 공부가 돼 있지 않았다. 전세 버스 안에서 마이크로 울려퍼지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그제야 백지 같던 머릿속을 채웠다. 알고 보니 터키는 고대 로마 유적의 보고일 뿐 아니라 신약성경의 후반부, 예수의 사후에 제자들이 전도 여행을 펼친 곳이었다. 하긴 터키는 옛날에 동로마 제국이었고 기독교를 가장 먼저 받아들인 게 동로마 제국이니까. 이스탄불에서 짧은 궁궐과 박물관 관광을 마치고 터키 전역을 일주일에 걸쳐 도는 일정을 위해 전세 버스에 올랐다. 터키는 매우 큰 나라였다. 버스에서 하루 종일 보내는 시간이 몇날 며칠 계속되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유적, 트로이 유적 같은 ..
2019.04.30 -
성지순례 1 이집트의 무덤집들과 시나이 산
글쓰기 모임을 같이 하는 동료들이 '여행은 그런 것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블로그를 하기로 했단다. 그러고 보니 나도 비슷한 주제로 여행 글을 쓰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거의 20년 전, 나 대학원생 때 부모와 두 번째로 함께 간 해외 여행을 떠올려본다. 그건 그냥 해외 여행이 아니라 '성지순례'였다. '부모와 함께 한 여행'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예상 가능한 모습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성지순례' 하면 떠오르는 고정관념과는 거리가 먼 여행이었다. 당시 종교에서 멀어져가던 나에게는 좀 다른 의미의 여행이었으니까. 그보다도 5년 전, 아버지 환갑 때 3박4일 동남아 패키지 여행을 다녀온 후, 엄마가 두 번째 패키지 여행을 가자고 했다. 20대 초반 허리까지 내려왔던 내 머리칼은 20대..
2019.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