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자(2)
-
배낭족 5 부다페스트의 첼리스트와 파리의 사수생
오래전 떠났던 유럽 배낭 여행은 원래 두 달 예정이었다. 비행기 표를 그렇게 끊었다. 하지만 유럽에서 이리저리 헤매다닌 지 한 달이 되어가자, 나는 이십대 초반의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육체적으로 기진맥진하고 정신적으로도 너덜너덜해졌다. 나는 널부러져 지내기 시작했다. 게다가 부다페스트에서, 우연인지 동유럽은 원래 그랬던 건지, 아주 값싸고 괜찮은 숙소를 얻었다. 명성대로 인형 같은 외모의 헝가리 젊은이들이, 방학 동안 텅빈 학교 교실에 책상들을 붙이고 그 위에 매트리스를 올려 배낭 여행자들에게 내주면서 하루에 만 원도 안 되는 돈을 받았다. 그렇다고 해서 공동 화장실 시설이 나쁘지도 않았다. 개혁개방 초기, 자본주의가 밀려들기 시작한 초반의 동유럽이었어도 샤워실까지 있는 고등학교 시설은 한국보다 훨씬 좋..
2019.03.08 -
배낭족 4 밤기차와 동반자
그 다음부터는 여행 일정이 뒤죽박죽이었다. 숙소를 안 잡고 계속 밤기차를 탔기 때문이다. 영국과 프랑스에서 숙박비를 많이 낭비(?)했기 때문에, 정액권인 유레일 패스를 이용해 당분간 기차에서 취침을 해야 했다. 밤기차의 침대칸을 숙소로 삼기 위해서는 잠들기 직전에 기차를 타서 깨어난 직후에 내릴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게 좋았다. 유럽을 상하로 이동해서는 그 거리가 제대로 안 나오고 북유럽은 갈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좌우, 즉 동서로 이동을 해야 했다. 오늘은 스페인, 내일은 헝가리, 모레는 이탈리아, 글피는 체코, 뭐 이런 식으로 유럽 대륙을 지그재그 수놓으며 젊은 체력을 탕진했다. 그러다보면 교통의 요지를 많이 거치게 되는데, 프랑크푸르트는 다섯 번쯤 들른 것 같다. 하지만 첫날 기차역에서 역무원에게 ..
2019.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