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덜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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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열도의 두 번째 섬, 규슈의 절반
20대 후반에 떠난 첫 일본 여행에서 일주일 동안 본토(혼슈)의 도쿄와 교토를 다녀왔더랬다. 오사카는 안 갔지만, 뭐, 그만하면 됐다 싶었다. 별로 다를 것 같지 않고. 그래서 30대 중반에 다시 일본 여행을 마음 먹었을 때는, 열도의 남쪽에 위치한 두 번째 섬, 규슈에 가보기로 했다. 겨울이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따뜻한 남쪽으로 가자는 심산도 있었다. 실제로는 전혀 따뜻하지 않아서, 수시로 “사무이(춥다)!”를 외쳐댔지만. 단, 저번처럼 여행을 오래(?)하기는 좀 아까웠기에, 일정을 3박 4일만 잡았다. 그러나 규슈는 거의 남한과 비슷할 정도로 큰 섬이이었다. 다(?) 가볼 수는 없었고, 우리는 섬을 반 바퀴만 돌기로 했다. 그렇다고 해도 후쿠오카, 유후인, 아소산, 구마모토, 나가사키로 이어지는..
2025.02.11 -
산업 역군과 함께한 2, 교토
교토는 도쿄와 앞뒤만 바꾼 글자로 나를 헷갈리게 한다. 아마 많은 사람이 그렇겠지. 아무튼 나랑 애인은 메트로폴리스 도쿄에서 5일을 보내고 나서, 애인의 친구가 역시 프로그래머로 취업해 살고 있던 전통의 도시, 교토로 향했다. 애인의 친구는 우리가 오자마자 저녁식사로 한국식 불고기 집을 데리고 갔다. 최대한 현지식을 먹어보고 싶던 우리는 좀 실망했지만, 생각해보면, 일본 쿄토의 한국식 불고기 집이라는 것도 꽤 독특한 아이템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찾아오는 친구가 별로 없었던 듯, 도쿄의 친구와는 확연히 구별될 정도로 우리를 반가워하며, 모처럼의 한국 음식과 함께 진한 향수에 젖는 듯했다. 밥을 먹고 들어간 교토의 원룸은 요코하마의 원룸보다 꽤 넓었다. 그리고 혼자 사는 남자의 방답지 않게 무척..
2019.10.26 -
산업 역군과 함께한 1, 도쿄
지구에서 서양력으로 새천년이 시작되던 즈음, 도쿄에는 나의 친구가 취업해 일하고 있었고, 교토에는 애인의 친구가 취업해 일하고 있었다. 그리고 둘 다 프로그래머였다. 그때 한창 인터넷 붐을 타고 인력이 부족해진 일본에서 한국인 프로그래머를 왕성하게 수입했더랬다. 서울에는 프로그래밍과 일본어를 동시에 가르쳐주는 학원들까지 반짝 생겨날 정도였다. 그러므로 나는 애인이랑 공짜 숙소(친구들의 집)가 마련된 일본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 여름 휴가를 내서, 도쿄에서 5일, 교토에서 5일 머물기로 했다. 앞뒤 주말을 껴서 말이다. 사실 내 친구의 집은 도쿄가 아니라 요코하마였다. 우리나라로 치면 인천쯤이랄까. 친구는 요코하마의 전형적인 일본식 원룸에서 출퇴근하고 있었다. 마치 연립주택처럼 옆으로 길게..
2019.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