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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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6 귀환 후의 책과 나무
호주에서 돌아오며 지원이에게 남은 호주 달러를 모두 건넸다. 지원이가 매번 밥을 사겠다고 고집을 부린 덕에 꽤 많은 돈이 남았다. 20만원 가량 남았는데, 공항에 배웅나온 지원이에게 쥐어줬더니 얼굴이 묘한 표정으로 일그러지고, 자기 애인을 돌아보며 한탄하듯 말했다. “야 얘가 나한테 20만원 줬다!”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친구가 자기 사는 나라에 놀러왔으니 호기를 부리고 싶고 잘해주고 싶은데, 막상 넉넉지 못한 자신의 처지가 속상한 기분. 그 기분은 왜 꼭 이런 순간에 표출되어야 하는 걸까 하는 안타까움. 어쨌든 그렇게 지원이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나는 호주에 대한 책 세 권을 읽었다. 모두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를 갔던 젊은이들이 쓴 책이었고 그중 두 권은 소설이었..
2024.10.15 -
시드니 3 유스호스텔의 중년
나이 들어 유스호스텔에 묶는 건 특별한 경험이다. 젊은이들의 열기를 회춘약 먹듯 빨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중년인 내가 요즘 가는 호스텔들은 청춘의 공간이라고만 하기엔 약간의 무리가 있다. 시드니에서 묶던 유스호스텔도 그랬다. 비쌌으니까. 4인실이나 6인실의 침대 하나를 하룻밤에 5만원이나 주고 묵을 젊은이는 많지 않다. 환율인지 생활수준인지의 이득을 보는 북구의 젊은이들이라면 또 몰라도. 어쨌든 그곳은 인기 폭발이었고 한달전에 예약을 했음에도 나는 이틀을 다른 숙소에서 보내고 나서야 그곳으로 옮길 수 있었다. 가보니 유색인은 거의 없었고 온통 길쭉한 금발들뿐이었다. 칙칙한 호텔에 있다가 사방에 세련된 디자인의 그래픽과 문구들이 씌어 있으며 멋진 가구와 주방용품을 세심하게 비치한 그곳에 짐을 풀고 나자 ..
2022.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