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 16. 17:11ㆍ간접 여행
쿠바의 아바나에는
부에나비스타소셜 클럽의 음악을 들려주겠다며 으슥한 클럽으로 데려가
술값을 바가지 씌우는 삐끼가 있고,
태국의 방콕에는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라며 봉지를 쥐어줘서
얼결에 던져주고 나면,
모이값을 달라는 강매가 있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한두 번쯤 겪는 관광지 사기다.
나도 중국 북경에서 인력거를 탔다가
으슥한 골목으로 끌려가서 수고료를 갈취 당했고
그리스의 피레우스(인천항 같은 곳)에서는
짐가방을 들어주겠다며 정신을 빼놓는 소매치기들에게 당한 적이 있다.
그런 일을 당하면 순간 뭐에 홀린 듯 머릿속이 멍해지는
'멍청이 관광객 증후군'에 걸린다.
요즘은 멀리 갈 것 없이 거주지에서도 생활 속 여행을 즐겨보자고
주말마다 '따릉이'를 타고 돌아다녔더니,
40년 넘게 살아온 서울 근교에서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
꽤 길게 자전거를 타고 나서
지쳐 어느 교외 동네 치킨 집에 들어가 앉았는데,
느닷없이 눈 앞에 파인애플 한 덩이와 칼을 들이밀어졌다.
싱글거리는 까만 얼굴의 중년 사내는
나에게 파인애플 한 조각을 먹어보라고 했다.
나는 그게 치킨집 종업원의 서비스인줄 알고
얼결에 받아먹었다.
그리고 몇 십 초의 시간이 지난 후...
내 지갑에서는 만원이 빠져나가고,
대신 눈앞에는 파인애플 두 덩이가 놓여 있었다.
그 잠시 동안이 도무지 나의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꿈을 꾼 듯, 영화라도 본 듯 남의 일처럼 지나갔다.
나는 파인애플 한 개에 오천원을 주고 두 개를 구매한 것이다.
꿈, 영화, 비현실,
여행자의 마음을 경험하고 사는 건 꽤 재밌는 일인 것 같다.
다만, 불청객도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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